[2000년 3월, 혈맹 대장정 ‘맨발의 결사대’ 사건]
[2000년 3월, 혈맹 대장정 ‘맨발의 결사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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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에는 아주 짧은 글 하나가 조용히 올라왔다.
“장비 없이 성까지 가보자. 가능할까?”
처음엔 농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곧 이 글은 상상을 초월한 모험의 서막이 되었다.
글쓴이는 무장 해제 상태로 마을에서 출발해, 장비 없이 켄트 성까지 도착해보겠다는 도전을 선언했다. 조건은 단 하나, 어떤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도착할 것. 유저들은 “말도 안 된다”, “그냥 죽으러 가는 거냐?”며 반응했지만, 동시에 이상한 끌림을 느꼈다.
팝리니지에선 ‘맨발의 결사대’라는 이름이 붙으며 참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1명이던 시도가 3명, 5명, 10명으로 불어나더니, 어느새 50명이 넘는 유저들이 동참했다. 모두 무장 해제 상태로, 순수한 협동만으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들은 마을을 떠나 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길과 위험한 지역을 헤치며 전진했다. 누군가는 먼저 쓰러지기도 했고, 누군가는 길을 잃어 뒤처졌지만, 이들은 서로를 도우며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매 순간마다 팝리니지에는 실시간 상황이 공유됐고, “지금 어디쯤?”, “누가 살아남았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길을 막으려는 다른 유저들도 나타났다. 장난삼아 이들의 앞을 가로막거나, 방해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사대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를 피해 나갔다. 마치 대장정처럼 보였고, 보는 이들조차 감동할 만큼 절박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다.
결국 수많은 좌절과 재시도 끝에, 한 명이 맨발로 성 앞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름은 ‘아란’. 그는 도착 직후 팝리니지에 한 줄 글을 남겼다.
“우린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이.”
이 짧은 문장은 1,0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았고, 수많은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날 이후, 팝리니지에는 ‘맨발 챌린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장비 없이 떠나는 여정을 시도했고, 이를 영상이나 글로 남기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아갔다. 그 여정엔 승패도, 보상도 없었다. 다만 유저들 간의 순수한 도전과 유쾌한 의지가 있었을 뿐이다.
지금도 팝리니지의 게시판 깊숙한 곳에는 그날의 여정을 기록한 글들이 남아 있다. 유저들은 가끔 그 글을 찾아 다시 읽으며 말한다.
“우리가 맨발로 나섰던 그날, 진짜 리니지를 느꼈지.”
그 작은 농담 같은 시작이, 결국 팝리니지를 통해 전설이 되었다.